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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13

La porte au numéro 6.

Photo credit : JiSun LEE / 2017.02.08 / Paris


돌아온지 일주일이 되려한다.

Mai, beau temps.
날씨가 좋다. 햇빛 사이로 비가 내리기도 하지만 덥지도 춥지도 않은 좋은 기온이다. 하늘은 한껏 파랗고 그름도 밀도있게 예쁘다. 하늘이 그리웠다.

Décalage
아침은 늘 똑같이 일어났지만 밤을 버티지 못하게 했던 시차는 적응됐다. 실은 시차인지 그냥 누적된 피로인지 생리주기때문에 졸렸던건지 잘 모르겠다. 셋 다겠지.

Oreillers
침대머리가 동그라니 올라와있다. 그동안 괜히 못사던 베개를 인터넷 주문했다. 실은 그냥 쿠션용으로 산게 아주 빠르게 도착했고 진짜 베개용으로 주문한건 아직 배송중이다. 몇일 안됐지만 자면서 뒷통수가 뻐근해서 깨는일은 없었다.

Appartement
그동안의 단기임대 중 가장 깨끗하게 쓰고 가셨다. 다만, plaques électriques이 죽었다. 모른척하고 그냥 지낼수 없는 부분이라 바로 집주인에게 demande d’entretien을 했다. 더 이전부터 문제가 있었던 부엌 수돗물도 같이 얘기했다. 언제부터인가 부얶에 차가운 물만 안나온다. 연락하고 하루만에 집주인 부부도 다녀가고 또 곧이어 관리하는 회사쪽에서 사람이 다녀갔다. 접선의 문제인줄 알았지만 plaques가 문제이고, 수도는 robinet가 문제였다. 결국 둘다 새로 바꿔야한다. plaques는 정말 잘 안써서 괜찮을 줄 알았지만 아침마다 끓여마시던 커피가 문제였다. 그래서 요즘엔 filtré나 piston으로 마신다.

3 Boulots
돌아오기 전부터 세가지 급한일을 주렁주렁 달고 왔다. 방울마냥 소리가 날 정도였다. 내 일이 아닌 다른사람의 일이고 돈을 받는 일인데, 하나는 비디오 하나는 뎃상, 하나는 글 교정으로 내 3가지 주특기가 골고루였다. 어쩌다 보니 순서는 완성된 시기의 반대로 :
  1. Video : 돌아와서 어찌 할수 없게끔 바쁜 일들이 잠시 지나가고 작업을 하려고 했는데 맥북이 말을 듣지 않았다. 열흘인가 일주일 전쯤 맥북 OS를 업그레이드 하고 나서는 Microsoft Office가 안됐다. 워드를 자주 사용해서 바로 불편한 일이 생겼지만 Open Office가 있으니 대안이 있었다. 그런데 작업을 하려고 하는데 Premiere Pro가 열리지조차 않았다. 다행이 다른 것들은 됐지만 딱 이 프로그램이 필요한데 되질 않으니 순간적으로 마비가 된 느낌이였다. 결론적으로는 하루를 온전히 컴퓨터와 혼자 씨름하고, Adobe는 CC 2017버전으로 새로 갈아엎었고, Microsoft Office 2016도 다시 받아서 재설치하여 모두 작동중이다. 그래서 하루 실컷 비디오 작업을 했다. 7분을 기준으로 4분반정도를 만들었고 오늘 많이 진행해야 한다. 내일모레 1차 확인을 하기로 했는데 무엇보다 비디오 업로드가 하루를 잡아먹을지도 모르니 미리해서 업로드를 시작해야한다.
  2. Dessin : 오빠 작업의 포스터. 하기로 한건 이미 좀 됐지만 한국에서 남은 시간동안은 작업할 시간이 도저히 없었다. 출국하는 날 아침 겨우 하나를 시작해서 공항에서 커피마시며 잠시 얘기를 했다. ‘정적이고 따듯한’ 느낌을 바랐는데 그게 내가 제일 잘하는 느낌이긴 하지만 누군가에게 주문을 받으면 참 접근이 달라서인지 쉽지 않다. 컴퓨터와 씨름하는 날 아무일도 못했다는 생각에 그림이라도 틈틈이 했는데 퀄리티들이 엉망이였다. 전이면 그런건 누군가에게 보여주지도 않고 바로 폐기했겠지만 우선 보여주고 피드백을 받는게 좋을것 같아서 오빠에게 보냈다. 3가지 정도로 압축됐고 종일 비디오 작업을 한날 시차를 처음으로 이겨내고 밤중에 첫번째 이미지를 그렸다. 겨우 A4이지만 펜이 종이에 닿을때마다 아주 조심스럽고 정성스럽게 그렸던것 같다. 그리고 그 다음날 왠지 허전해보이는 배경에 하지 말아야 할 짓을 했고, 합리화를 해보려고 했지만 잘 모르겠었다. 그리고 두번째도 온갖 조심을 하며 그리다가 수업을 갔는데 그 와중에 오빠에게 결국 첫번째것으로 선택되었다. 결국 수업한 뒤에도 밤까지 쭉 그림을 마무리했다. 하루가 온전히 준구의 것이었다.
  3. Texte : 파리동생의 M1논문을 교정하는일을 한국에 있는 내내 계속 해왔다. 막바지라 분량이 크게 늘어서 비행기에서 반은 쉬고 반은 이일만 했는데도 딱 전체분량을 반만 본 상태였다. 이제 곧 제출이기에 하루 날잡고 나란히 앉아서 오후내내 교정을 했다. 거의 눈이 감기는 상태였다. 커피이외의 것을 마셔본적이 없는 Costa에서 무려 스무디 같은것을 마시며 집중했다. 그러다보니 만난 CONCLUSION. 오랜만에 만나놓고 별다른 대화도 못하고 일만하고 헤어졌다. 혹시나 교수의 ok를 못받을까봐 걱정했는데 다행이도 통과했다. 곧 만나 축하를 하며 지난 못다한 얘기를 나누기로 했다. 
Cours
수업은 계속된다. SH와 SW는 집으로 간다. 곧 DELF B1을 치뤄야하는 SH. 곧 고등학교 진학에 신경써야 하는 SW. 특히 후자는 이 아이 뿐 아니라 식구들 모두가 함께하고 있다. 다음주에는 진학상담에 같이 간다. 오늘은 그동안 나의 최장기 학생과 커피한잔을 하기로 했고 곧 졸업쇼가 있다. 학교자체를 들어가기 이전에 준비부터, 2년과정의 학교를 졸업하고 준석사과정 1년을 더하고 이제 공부가 마무리 되는 시기. 그 이후에 Stage도 있고, 취업도 있고 그렇겠지만 그건 또 그렇게 된다면 그렇게 될일. 모든 학생들과 오래오래 남을 진하고 좋은 관계가 되는것은 아니고 그럴 필요도 없다. 근데 그렇다면 좋은것 같다. 한가지, 수업을 더이상 늘리지는 않기로 했다. 지금의 학생들만 끝까지 봐주고, 주수입을 수업으로 하는건 끝내기로.

Musical Sequence #2
급한일들이 마무리되면 Musical Sequence작업을 시작해야한다. 아직은 회의 후에 따로 구상조차 못했다. 꽤 많은 분량이라 어떤식으로 진행해야 하는지 잘 정리해봐야겠다.

Voyages
거기에 더해 여기저기 다닐곳이 많다. 지금 확실한 리스트는 Paris, London, Genève, Annecy, 그리고 가능한 리스트는 Venice, Kassel, Bonay.

Résidence
레지던시는 공식사이트에 2017-2018프로그램 선정작가로 내 이름이 올라가있다. 그때 만난 이후로 의심할 바는 없었지만 일이라는게 언제든 엎어질 수 있다는 생각은 있었는데 이일은 이렇게 확실시 된 것 같다. 내 스케쥴을 정리해 담당자에게 보냈고 곧 답이 올 예정이다.

AJAC
협회는 지금 point de suspension의 상태.

Administration
소득신고들은 마쳤고, 내야할 돈들도 냈고, 이제 체류증 남았다.

일복은 계속되니 다행이다. 실감하고 있지만 체력 및 건강 회복이 따라야 한다. 더불어 사랑해야 한다. 그래야 계속 갈수 있다.
하나씩 하나씩. 유사화효가행.

20161107

D+10000

Photo credit : JiSun LEE / 2016.07.11 / Paris

10000번째 오늘 관찰.

2016
1 00시에 첫날을 전혀 의도치 않게 Trocadéro에서 맞이했다. 좋은 언니이자 학생이었던 Ks 맥주를 한잔인가 두잔하고 집에 돌아가려는데 레이저 쇼때문에 우리집 부근 지하철이 통제되는 바람에 밤중에 매우 걸었었다. 막히지 않은 빠른길이 Trocadéro뿐이라 거쳐가려는데 당연히 엄청난 인파가 있었다. 인파를 뚫어야만 했지만 00 에펠탑의 반짝임에 반응하는 사람들 틈에 끼어버렸다. 그렇게 새해를 맞이하고 집에 들어갔다
올해도 가득히 많은 것들이 지나가고 있다. 새해를 파리에서 맞이한 겨울을 한국에서 보냈다. 돌아와서 파리의 봄은 끝이 없을 길었다. 여름의 더위를 파리에서 살짝 맛보고, 한국에서도 살짝 맛본 반가운 가을을 보냈다. 이제 겨울이 오고있다. 올해는 내가 한국에서 28살이다.  

11
연말이라는게 실감이 전혀 안난다. 점점 자주 들리고 계획삼게 되는 시기이다. 파리에 돌아온지 2주가 조금 지났다. 2주동안 정말 많은 일을 했는데 일이 줄지 않고 있다는게 신기하다
일년전 이맘때를 기억한다. Remember November라는 메모덕분이다. 프랑스에서의 개인전을 앞두고 있었다. 파리는 아니고 조금 외곽 Arpajon이라는 곳에서. 기차 칸에도 하나 덜렁 남게되는 여정으로 왔다갔다 하면서 정말 마음에 안드는 설치를 했었다. 당시로는 내가 어떻게 할수 없던 것들. 지금 다시 한다면 요구하고 까다롭게 있을까. 아마도 1년으로는 그정도 레벨업이 안될 하다. 어찌됐든 설치를 마치고 vernissage 하루 앞두고 발표내용을 생각하던 밤이 생각난다. 일찍 자려고 했는데 잠이 안왔다. vernissage 토요일 오후였다. 오전중에 Sh, Sj 수업을 하고 생각이였다. 잠들지 못하고 머릿속에 작업소개 내용만이 한참 뒤섞여있을때 한국에서 엄마한테 전화가 왔었다. 테러가 터졌다. 수많은 사람이 죽고 모든것이 마비되었었다. 도대체 어찌해야할지 모르고 새벽을 지샜다. 잠시 잠들었다가 깨면 사망자 수가 늘어가고만 있었다. 결국 담당자들에게 모든것을 취소해야 할것 같다고 메일을 보냈다. 후로 아주 많이 울었었다. 이후로 전시를 준비하면서 생각한다. 천재지변이나 테러같은 것이 터지지 않으면 된거라고. 물론 아직은 그보다 사소한 일에도 마음이 동요한다. 아직 멀었다.

월요일
나는 월요병이 없다. 오히려 좋아하는 편이다. 숨가쁜 주말을 보내고 오전수업 까지만 마무리하면 한템포 쉬어갈 수도 있다
하루에 하나씩 달력에 스마일을 그리면서도 오늘의 요일을 잊을 때가 많다. 일주일이 너무나 금방 가버린다. 그나마 규칙적인 시간에 수업을 하는 학생들을 떠올리면서 어느정도 파악을 하게 되는데 그것도 수업변동이 많다보니 도움이 안된다. 주중과 주말은 어느정도 느낌이 다르지만 금요일이나 토요일이 놀기 좋고 하는 것은 일정과는 많이 멀다. 이건 서울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휴일엔 수업이 있다
Dijon에서는 물론 달랐다. 학교를 다녔으니까. 그땐 무엇보다 일요일은 집에만 있어야 하는 아주 심하게 조용한 날이었다. 그게 싫었다. 서울이나 파리가 좋았던 이유 하나가 일요일이 일요일 같지 않다는 거였다. 그래서인지 월요일도 월요일같지 않게 혹은 월요일 답게 반갑다.

아침 :
오늘은 00시를 넘긴후에 잠이들었다. 몇시에 잠들던 상관없이 거의 같은시간에 일어난다. 그래도 알람은 꺼놓지 않는다. 아침형이다 보니 아침에 샤워를 하고 준비를 마치면 뭔가 살아난다. 파리집에서는 주로 오전시간에 가장 많은 일을 한다. 요즘같아선 늦어도 10시부터 바깥일정이 있었기 때문에 나가기전에 스케치를 하나 하고 집을 나섰다
어제 아침엔 스케치를 못했다. Br 모닝커피를 하러 가기전에 엄마와 전화를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내가 아침형이 된건 엄마의 영향이다. 그냥 살다보니 그런 리듬이 생기기도 했지만 이른아침을 맞이하는걸 당연하게 봐왔기 때문이기도 하다. 생각해보니 Br와의 인연이 시작된 K까페는 이후 아주 오랜만이였다. 뭔가 내부가 바껴있었다. 좋은 동생이자 친구와 수다를 떨고 시간이 되서 Sh수업을 하러갔다. 곧바로 집에와서 Jh수업도 있었다. 둘다 불어를 배우는 예쁜 학생이다. 저녁을 먹고 준구작업을 시작했다. 엊그제 Bj Hj 집에 들러서 촬영을 도와줬다. 고마운 일이다. 한국이라면 보다 쉬웠을 일이지만 여기서는 아주 간단한 일이 어렵게 느껴질때가 많다. 내가 정확한 구도를 몰랐기때문에 이리저리 정신없이 촬영을 했다. 실사 이미지는 아직도 다루기가 어렵다. 뭔가 내마음 같지가 않다. 이것 저것을 해보다 실패를 하고 밤중에 다시 그림자로 촬영을 했다. 뭔가 되는것 같았다. 졸린눈으로 이런저런 편집을 해보고 export 걸어놓은 자러갔다. 오늘아침에 확인해보니 별로다. 다시 하나씩 해봐야겠다. 작품에 도움이 되는 좋은 인서트 컷을 만들고 싶다.
오늘 아침에도 스케치는 못했다. 9시부터 Ms Mh 수업이 있었다. 영어를 배우는 남매. 순수하고 예쁜 학생들이다. 가끔 약속을 지키지 않아서 잔소리를 때도 있지만 나이에 맞게 따라온다. 이런 저런 조언을 해주다 보면 가끔 중학교때의 나를 돌이켜 본다. 지금 습관같은건 피부에 닿아 적도 없던 시기. 그때는 아침이 무거웠었다.

비가 진눈깨비가 되었다 :
비오는 아침은 소리가 좋다. 하늘이 어둡고 흐리지만 어차피 겨울은 아침이 어두우니 탓은 아니다. 진눈깨비가 잠시 흩날렸다. 파리는 눈이 안온다. 눈은 사람들을 설레게 한다. 하지만 많은 눈은 누군가를 춥고 힘겹게 한다는 알게된 후로 전만큼 그저 순수하고 반갑지만은 않다. 물론 내리고 쌓이는 모습은 고요하고 아름답다. 비도 그렇다. 우산을 들어야해서 번거롭긴 하지만 비를 바라보는 , 소리만 듣는 , 우산이나 텐트를 방패삼아 빗속에 들어가 있는 , 은근한 비냄새를 맡는 , 깨끗하게 젖어있는 땅을 바라보는 , 창가에 빗금 그리며 맺히는 빗방울 같은, 아름다운 순간들을 만들어 낸다

커피 :
오전중에, 공복에 마시는 에스프레소. 뜨거운 한두모금이 가장 맛있다. 집에 있을경우에는 보통 한잔으로 종일 마시고 밖에 돌아다니면 한두잔 마시게 된다. 마신다고 잠을 못자는것도 아니지만 저녁엔 안마신다. 아침에는 cafetière italienne으로 끓여 마신다. 처음 유학와서 Laurie 살때 처음 장본 물건들 하나. 지금까지 남아서 기능을 하고있는 드라이기와 cafetière. 벌써 그게 10년이 되어간다.
고등학교때 커피에 대한 습관이 생겼다. 그때는 그냥 타마시는 가루커피. 그래도 믹스가 아니라 커피랑 설탕 조금만 넣고 교무실에서 뜨거운 물을 받아서 타마셨다. 서랍속에 컵을 넣어놓고. 그러다가 가끔 S선생님이 교무실 원두커피를 주시기도 했다. 학원에 가는길에 테이크이웃을 가끔 하기도 했고. 그때 에스프레소를 처음 접했다. 첫느낌은 기억이 안난다. 당시에는 한국에 에스프레소 마시는 사람이 워낙 없었다. 나도 알고 마신게 아니라 자꾸 마시다 보니 쓰게 마시게 같다. 한번은 학교 앞에서 에스프레소 마끼아또를 시켰는데 주인 아주머니가 에스프레소에 카라멜 시럽을 넣어주셨다. 마끼아또를 카라멜 마끼아또로만 생각을 하셨던 모양이다. 지금은 한국에도 정말 맛있게 커피를 내어주는 전문점들이 많아졌다. 그냥 까페라고 하는것들은 어질러진 레고조각마냥 길거리 마다 박혀있다.
돌아와서 남아있던 커피가루와 Jm 선물로 커피가루를 마시는 중이다. 이제 많이 남지는 않았다. 이번 한국 방문기간동안 많이 봤던 언니작가이자 친구. 한국에 때마다 우연과도 같은 인연으로 동그라미를 그렸다가 지웠다가 한다. 이제는 파리에서도 다르지 않다.

이제 스케치를 하나 하고 일들을 시작해야겠다. Home - Johnny Jewel
앞으로 10000일을 살고 모습은 어떨까. 유사화효가행.

20161030

La porte au numéro 2

Photo credit : JiSun LEE / 2016.10.30 / Paris

05:48
여섯시 반쯤 되었나 하고 깼는데 다섯시 반이다. 오늘은 10월 마지막 일요일. 밤중에 겨울시간으로 바뀌는 날이다. 여름에 내주었던 한시간을 다시 찾아온다. 중학교 때인가 새들은 해의 길이의 변화로 계절을 가늠한다는걸 배웠었다. 그때야 그냥 여러가지 교과서 내용중 하나였는데 유럽에 살면서 ‘해가 떠있음 혹은 졌음’을 실감하게 되었다. 겨울이면 아직 일어날 때가 아닌 듯 아침이 깜깜하고, 아직은 이른듯한 시간에도 빨리 따듯한 집으로 들어가라는 듯 밤이 일찍 찾아온다. 여름은 아주 달라서, 저녁을 먹는건지 점심을 먹는건지 늦은시간에도 해가 계속 하늘에 걸려있다. 유럽생활 처음 몇년은 이 차이에 매번 낯설었다. 그리고 해가 길고 짧아진 것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기도 했다. 길면 밤이 그리웠고 짧으면 괜히 겁이 늘었다. 지금도 이렇게 다시금 계절을 인식하긴 하지만, 이제는 내가 의식하기도 전에 몸이 알아서 해에 맞춰간다. 다른 한편으로는 해를 무시하고 내 일정만큼의 하루를 보낸다.

Le matin
잠을 자다 깨는건 유학생활하는 동안 생긴 몇가지 습관중에 하나다. 외국생활이 아니어도 나이와 함께 생겨나는 습관들일텐데 나도 나를 보는 사람들도 쉽게 이 생활을 이유로 삼는다. 실은 공식적인 ‘공부’는 마친지 3년이 넘어서 유학은 이제 더이상 해당하지 않고, 그냥 외국생활 혹은 외국 노동자(?). 그리고 내년부터는 이중살림.
전에는 누가 옆에 있거나 잠자리가 바뀌면 잠을 드는 것도 잘 못했는데 이제 잠에 빠지는건 금방이다. 성인이 되고는 멀어진 낮잠도 올해는 두번이나 잤다. 긴 여행을 하는 기차나 비행기에서도 늘 실컷 졸아봤자 30분. 잠을 좋아했고 여전히 수면만한 좋은 치유가 없다. 그런데 어느샌가 잠결에 '5분만'을 외우면서 엄마 목소리를 다시 자장가 삼아 잠들던 일은 아주 예전의 모습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또 어느샌가 아주 아침형 인간이 되어버렸다. 아침 정도가 아니라 때론 새벽형.
그래도 다행인건 나는 아침이 좋다. 우선 아침의 보랏빛, 남빛 혹은 회색빛 공기가 좋다. 샤워로 회복된 몸도 가끔 손에 힘이 안 쥐어지는 것 말고는 가장 잘 따라온다. 커피도 공복에 뜨거운 첫모금이 가장 맛있다. 최근 2년정도는 오전을 수업으로 보내는 날이 많다. 그렇지 않을때는 이 시간동안 때때로 가장 알차게 작업하는데, 그때 집중해서 몇시간 컴퓨터로 빠져들었다가 다시 정신을 차리고 나면, 뭔가 할일을 한것 같은 좋은 기분이 든다. 좋은 기분이다.
그런데 요즘들어 아침이 점점 더 일러진다. 파리로 돌아오기 몇일 전 엄마한테 장난섞인 불평을 했다. 아침 5시쯤 출근 준비를 하고 잠시 앉아 기다리던 엄마에게 인사를 하고 나도 이른아침 온라인 불어수업을 하려고 준비했다. 순간 그 상황이 웃겼다. 아이들은 부모를 보고 배운다. 배운다기 보다는 그게 당연한 거라고 생각하게 된다. 나에게 아침은 그렇다.
어쩌다가 잠을 못자면 좀 손해본 느낌이다. 그래도 그 시간만큼 무언가를 하면 억울하지는 않다. 잠은 더자면 더 자는것에 덜자면 덜 자는것에 적응한다. 몇일을 잘 자고도 단 하루 잠을 망하면 피곤하고, 쌓이기만 하던 피로가 하루이틀 숙면에 비로소 깨끗해진다.

Les oreilles dans l'oreiller
'일어난다'라고 하기전에 두세번 정도는 거의 늘 깬다. 새벽 중 와있는 메세지에 답하거나 Facebook을 보거나 음악을 듣거나 지나가는 생각들을 메모한다.
중학교때 처음 mp3 플레이어를 갖게 된 후로 음악을 듣는 습관은 있다가 없다가 하는데 올해는 정말 많이 듣는다. 집 밖을 나설때는 신발을 신는것 만큼 당연하게 이어폰을 꼽는다. 그림을 그릴때도 봤던 영화 혹은 그날 그 기분에 맞는 음악을 틀어놓는다. Shuffle을 해 놓을때도 많다. 비디오 작업을 할때는 물론 전혀 아무것도 안듣는다.
이번에 파리에 다시오는 비행기에서는 영화 프로그램이 별로였다. 괜찮은 몇가지는 내가 이미 몇달전 파리에서 본 영화였다. 밥먹을때 한번씩 보던 유희열의 스케치북도 게스트가 그다지 끌리지 않았다. 그래서 골랐던 첫 영화는 Sing Street. 아일랜드가 배경이었던 것 같은데 학생들이 밴드를 만든다는 스토리를 핑계삼아 밴드 음악을 들려주는 음악영화다. Once나 Begin again같은. 아직까지는 Once가 음악영화 중 가장 음악이 남는다. 그리고 이런저런 일을 하다가 Ed Shareen의 라이브공연 편집영상을 봤다. 모르는 사람인줄 알았는데 Thinking out loud라는 노래는 밖에서 간간히 들어본거였다. 기타하나에 비디오 동시 녹음 조작 버튼 하나만 가지고 무대를 즐기더라. 그리고 찾아본 앨범을 요즘 자주 듣는다. 4곡 정도가 마음에 드니 아주 좋은 앨범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추가한 앨범 중 몇일간격으로 다시 듣는것 Ed Sheeran, Bon Iver, 박효신, 넬. Bon Iver의 새 앨범은 좀 충격이다. 말 그대로 artist. 넬은 2016년 새 앨범보다 2014년 앨범이 더 귀에 들어왔다. 박효신 새 앨범 꿈과 숨들 따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