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credit : JiSun LEE / 2017.08.08. / Paris |
작업과 손님맞이가 휩쓸고 간 8월은 조용하고 또 조용했다.
학생들은 여기저기 다 떠나있지만 수업이 많았다. 취소도 많았고.
이제 한국학생들은 개학하고 유럽학생들은 돌아온다. 나는 간다.
미안하지만 당분간은 더 사이버 인간이 되어 시차를 넘나들어야 하겠다.
오늘은 온라인 하나, 오프라인 하나하고 출발.
집을 정리한다.
집은 떠나기 전에 반드시 정리해놔야 한다. 오랜만에 돌아온 집이 더러우면 뭔가 서럽고 힘빠지니까.
얼마 없는 빨래를 하고, 우리집 사용설명서를 인쇄한다. 그래도 이번 단기임대는 믿을만한 사람이라 별로 꽁꽁 안숨겨놔도 된다.
짐을 싼다.
작은캐리어는 이제 기계만 넣으면 꽉찬다.
이번엔 선물도 없이 빈손이다. 그래도 되나 싶은데 그렇게 되었다. 그래도 뭔 짐이 한가득이다.
이번엔 날씨때문에 공간이동+계절이동.
알람은 7시7분 하나에서 6시6분+여러가지.
도착하는날은 페스티발의 개막식이 있다. 안가도 되는데 가야할것 같다.
8월말은 두가지 일이 한국에서 두가지 일이 프랑스에서 있다.
이럴때가 딱 분신술을 쓰기 좋을때인데 할줄을 모른다. 몸이 두개면 더 피곤하기만 하겠지.
당분간은 더이상 아무 작업도 전시도 안하고 싶었다. 그런데 잠시 다른 일들만 하면서 지내니 어딘가 가렵고 텅빈 느낌.
작년에 이어서 올해도 행복지수가 높은 오랜친구는 나의 행복도 소망해준다.
그녀는 파리를 사랑한다. 나도 물론 파리를 사랑한다.
파리는 아무리 익숙해져도 조금 어렵고, 사사롭게 불편해서 편한 곳이다.
지선이모를 좋아해주는 파리식구들, 시간만큼 신뢰를 쌓아가는 동생이라던지,
사춘기여도 내말은 이쁘게 듣는 학생들과 아들의 수업 말고도 많은걸 나누고 마음을 열어놓은 어머님도.
미치겠을때 나가면 나보고 어쩌라고 그저 낭만적인 산책길이나, 나랑 비슷한 표정으로 혼자 걷고있는 사람들 같은 것들.
왠만해서 변하기 힘든 습관과 답이 정해져 있어도 자꾸하는 질문들.
서울은 다르다. 각오하고 가게되는 곳.
가족들. 그냥 또 연락하게 되는 떠오르는 얼굴들.
인스타 하게끔 만들고 일 만들어 오게 되는 곳.
시끄러우려고 가면서도 조용함을 찾아 돌아다니는 곳.
소음에서 멜로디 찾기 (comme Steve Reich?)
흔적없는 경험 남기기 (comme Tino Sehgal!)
아니면 그냥 살기. 그래도 Chouquette이 해피엔딩이라 다행이었다.
나는 아직 엔딩이 아니지만 아니니까 아니어서. 뭐 어쨌든..
날아봅시다.
유사화효가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