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9/2017

Porte au numéro 7.

Photo credit : JiSun LEE / 2017.05.21 / Paris

Août parisien
파리가 8월을 만나면,
조용하다. 아침에도 한낮에도 창밖으로 들리는건 공사소리뿐이다. 공사소리마저 없었으면 길에 혼자 사나 의심을 갖게 된다.
편지가 오질 않는다. 메일을 보내면 1초만에 답이 오는데 휴가중이라는 자동응답 메세지이다. 
관리인이 자기 집으로 떠나있고, 여행사가 여행을 떠나있다. 길거리나 지하철에는 불어보다 영어가 많이 들리는 같다.
빵집도 떠나서 빵을 사려면 조금 떨어져있는 곳으로 걸어가야한다. 냉동마트에서 계산을 하고 나오는 아줌마가 직원에게 힘내라고 인사한다.
올해는 안간다던 한국사람들은 한국에 가있다. 실은 어디에들 있는지 잘은 모른다.

Cyber Being
모든 언어수업들이 온라인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방학이다보니 파리에서 꾸준히 얼굴보던 학생들도 잠시 한국에 가있고, 제네바와 한국의 학생들은 원래가 그렇다.
내가 유럽에 있을 경우에는 시차가 안맞으면 아주이른 새벽이나 아침에 수업을 하게된다. 
내가 한국에 있을 경우에는 아주 늦은 밤이나 다시 아주 이른 새벽이 된다. 
시도 때도 없이 왔다갔다 하고, 언어를 전공으로 하지도 않은 나에게 어떤 학생들은 당장의 중요한 운명을 지도해주기를 부탁한다. 그래서 시차고 뭐고 당연히 함께한다. 온라인수업은 오고가는 시간이 없어서 정확한 시간만큼 수업을 있는 장점도 있지만, 아무래도 사이버 인간을 대할때 학생들의 책임감이 약해진다. 그리고 오늘날에도 생각보다 인터넷환경이 안정적이지가 않다.
내가 한국에 가면 학생 둘이 다시 파리로 온다. 한동안은 우리 계속 화상으로만 수업해야한다. 미안.

New Face
새로운 학생 하나가 있다. 잠시 포트폴리오 준비를 도와주는데 지금으로는 유일하게 얼굴을 직접보고 수업한다. 유일하게 우리집에 와서 수업하는 학생이다. 디종에서의 비밀수업 이후에는 한번도 절대로 집에서는 수업을 안했는데 학생 집이 멀다보니 다른 대안이 없었다. 
학생의 세계에서 출발하여 각종 작업얘기를 한다. 보자르를 준비할때, 보자르 다닐때, 내가 작업구상하던 예전과 지금이 교차한다. 

Mother or Woman, our neighbors.
학생들은 없지만 아들을 한국에 보내고 적적해하시는 어머님과 저녁을 하기로 했다. 한두번 식사를 하자고 하셨었는데 매번 상황이 발생했었다. 그냥 사람으로, 여자로 보자면 나와는 거의 반대의 성향을 가진 분이신데 결국엔 좋은분이시다. 짧은 시간동안 여러가지 힘든 상황을 겪으셨고 어쩌다보니 내가 옆에 있게 되버렸다. 그렇다고 많은 도움을 준건 아니지만 감사하게도 때때로 오래 보고싶다고 말씀하신다. 
온전히 수업을 하면서 생긴 인연으로 이어지고 이어져서 만난사람들. 아들도 어머님도 지금의 파리의 이웃들이다. 
파리에는 이웃들이 있다. 과거가 되버린 사람이 많지만 기억이 남아버렸다. 

7, 8,9,10
오늘은 89. 어제는 가장 친한 친구의 생일이었고 올해도 내가 첫번째로 메세지를 보냈다고 했다. 이번엔 하트 이모티콘도 안보냈는데 마음을 받아줬다. 
내일은 10. 그러니까 7 뒤면 무거운 캐리어와 한판 해야한다. 그리고 날짜상으로 8 뒤면 가을에서 여름으로 하고 떨어진다. 
올해 8월은 가을과도 같은 날씨이다. 흐린 하늘과 가끔 비추는 햇빛과 쌀쌀한 바람과 툭하면 흩날리는 빗방울. 실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날씨이다. 날씨 좋아할 만한 사람들 몇몇 더있는데 함께하지 못해 아쉽군.

Deutsch
독일어 공부책을 하나 샀다. 더불어 노트도 하나 샀다. 아주 오랜만이다. 당장에 공부를 시작할수 있을것만 같았는데 그러지는 못했다. 책욕심이 나서 시나리오 공부책이랑 시집도 들었다 놨다 했는데, 아직 시작도 못한 책들이 떠올라서 그것들은 표지만 찍어왔다. 
하루일과를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같은 리스트가 있다. 아주 성실하게 리스트에 있는것들을 하나씩 순서대로 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낸다면 매일 벅찬 행복과 뿌듯한 피곤함에 잠이 들것 같다. 적어도 3개월은 그렇게 해보고 싶다. 새로운 시작을 위하여.

Home Atelier
지금 파리의 집은 하든 가장 효율적으로 빠르게 만들어 낼수가 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가장 처지고 흐트러지는 곳이기도 하다. 아침을 맞이하자 마자 상쾌한 작업장이 되기도 하지만 아주 쉽게 숨막히는 감옥같은 곳으로 변하기도 한다.
내년이면 이사를 계획한다. 원래는 체류증을 내년 하반기로 잡고 이후에나 뭔가 움직이려고 했는데 걸림돌이 사라졌으니 그냥 내년 하반기에 이사를 해야할것 같다. 파리의 집과 계양의 . 둘다 정리를 하고, , 새로운 곳으로 가는것을 꿈꾼다. 
지금 머릿속으로는 여러가지 옵션이 있다. 현실이 얼만큼 허용하는가는 가봐야 알겠다.

Circle
The circle of life. 라이온킹의 마지막 노래 가사.
The circle 한달전쯤인가 봤던 정말 싫었던 영화.
Circuler 삶을 한동안 차지했고 이제 시작이 다가오는 .
동그란 이야기들, 네모난 얼굴들, 구불거리는 시간들.

Trace bronzée
나름대로 여름이면 조금 타고 겨울이면 다시 돌아온다. 물론 하얗다, 창백하다, 핏기가 없다는 말은 익숙하다. 근데 요즘 한국 여자들을 보면 나보다 하얗고 뽀얀 사람들이 많은것 같은데도 그렇다. 같이 사진을 찍어도 비슷한것 같은데 아무래도 표정이나 몸짓의 문제인가.
아무튼 이번 여름에도 몸에 햇빛의 자국이 남았다. 하나는 오른쪽 새끼손가락에 반지부분만 하얗게 남은 자국. 다른 하나는 나와 많은 걸음을 걸어준 신발의 경계만큼만 새까맣게 발등 위의 자국.

Chaussures
신발은 편하고 심플한것을 좋아한다. 편한것이 우선이지만 디자인도 눈에 괜찮은 심플함이어야 한다. 대부분 사람들의 눈에는 할머니 신발로 보이는것 같다. 다른 계절에 신는건 젊은데 특히 여름에 신는것이 그렇다. 
그냥 매일 신고, 어디가 찢어지거나 닳아버리면 비슷한 새신을 사서 갈아신은 옛신을 버리고 온다. 그래도 전시 오프닝이라던지 특정한 공연을 보러가거나 결혼식 같은것들을 때에는 구두를 신는다. 10년쯤 전에 5cm정도 굽을 가진 구두인데 내가 가진것들중 가장 굽의 존재가 있다. 신발을 신으면 딱딱거린다. 그것도 이제는 편할만큼 편해진 신발이다. 

Pas à Pas
자꾸 잃어버리는 것들이 있다. 잊어버리는 것들이 있다. 물건이나 소모품은 순간적으로 상실감만 지나가면 상실을 망각하고 산다. 그런데 마음이나 생각은 잃기도 잊기도 싫은데 나도 모르게 증발하듯이 날아가버린다.

그래서 오늘도 주문을 외운다. 유사화효가행.